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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모은 서른 살 남자 인생 고민

무사장구 2018. 6. 3. 16:27

<질문> (원문이 두서없는 이유로 질문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편집자 재량으로 각색함) 지식인에서 글만 읽었는데 살다 살다 제가 질문 글을 다 써보네요. 고민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저는 서른 살 남성 직장인입니다. 


어렸을 때 기계 관련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전공이 자동차라서 차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수입차가 있는데 가격은 약 1억 원 정도입니다. 그 시절 별다른 목표나 꿈이 없었던 저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라.”라고 말씀해주신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악작같이 돈을 모아서 저 차를 꼭 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취업을 나와서 직장생활을 했고요. 군복무를 마치곤 조그만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서 돈도 모으고 아버지 일도 도와드릴 겸. 공사판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습니다. 


당시 제 목표였던 1억 모으기를 해보려고 친구들 술 마시고 연애하며 해외여행 다닐 때 저는 한창 놀고 싶던 20대 초반부터 공사장에 나가며 꾹 참고 일만 했습니다. 덕분에 서른이 된 지금껏 그 흔한 연애도 한번 못해봤습니다. 매일 공사장으로 출근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한테는 노가다라고 놀림거리도 되었고요. 


그렇게 계속 일만하면서 제 20대 청춘을 모두 공사장에서 보냈습니다. 오직 1억 원 모으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일념 하나로만 정말 열심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하루빨리 1억 원을 모으고 싶어서 주말에서 공사장에 나가서 일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돈은 마련했습니다. 


전 오직 제가 갖고 싶었던 수입차를 사려고 그 고생을 하면서 가까스로 이 돈을 마련했는데, 제가 차를 사겠다니까 부모님께서는 차라리 집을 사라며 꾸중만 하시네요. 집은 있어야 여자가 시집온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정말 이 돈을 모으려고 술도 안 마시고, 옷도 안 사 입고, 항상 꾹 참으면서 힘들게 저축해서 모은 돈인데 제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게 꾸중만하시니까 뭔가 괜히 억울하고,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지식인 분들께 여쭙니다.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힘들게 모든 1억 원으로 차를 살까요? 아님 집 사는데 보탤까요? 







이하 상기 질문의 답변입니다



질문자 직장인 = 당장 생계 문제없음. 

부친 사업 = 향후 유산 상속의 가능성 있음. 


20대 일용직 + 친구들 놀림 = 본인 자격지심. 

서른 살에 모은 재산이 1억 = 꽤나 성실한 편. 


질문자 기준 1억 모으는 시간 = 10년. 

수도권 방 3칸 아파트 5억 모으는 시간 = Maybe 50년. 


차량 구입 시 = 자기만족 but 그 성취감은 오래 못 감.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 때문) 

부모님 꾸중 이유 = 1억의 기회비용 & 잔존가치(자산의 영속성 + 증대) 


*결론 = 정신승리 vs 안정된 미래


질문자 나이가 서른이니 긴 말 않으려고 했는데, 고민의 이유를 보니까 자기 포지션이나 세상 물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네요. 


먼저 분명히 말하는데, 본인이 열심히 모든 재산 1억으로 차량을 구입하고 싶다면, 바라던 대로 차량을 구입하세요. 오직 이 하나의 목표로 다신 돌아오지 않을 20대 청춘을 바쳤는데, 정작 그 힘들게 모든 돈을 손에 쥐고도 원하던 차량을 구입하지 못한다면 인생에 성취감이 없잖아요. 


그 돈으로 차를 사도 현재 생활과 추후 인생의 미래 계획에 별 다른 지장이 없다면, 실행에 옮기세요. 똥인지 된장인지는 본인이 찍어 먹어봐야 아는 것이고,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선택 후 느끼는 본인의 감상입니다. 


부모님의 꾸중을 원망하진 마세요. 왜 꾸중을 하시는지 그 이유는 이미 본인이 알고 있잖아요. 집은, 예를 들어 아파트의 경우는 낙후 지역이 아닌 이상 한번 사두면 좀처럼 집값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치가 불변하거나 운이 좋은 경우 매매로 인한 시세 차익을 남기죠. 


반면, 질문자의 드림카가 어떤 차인지 모르지만, 어떤 차든 결국 소모품입니다. 차는... 계약서에 사인 후 출고가 된 그 순간부터 중고가 됩니다.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죠. 내가 1억에 샀다고 다시 되팔 때 1억을 고스란히 받지 못하죠. 또한 차량을 구입 시 발생하는 세금, 유지하는 동안 발생할 의무보험 및 각종 부품의 교체비용 등 차량의 유지비용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죠. 그러니 자산 가치를 따질 때 부동산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부모님께서 꾸중을 하시는 것이죠. 


그럼에도 차를 사고 싶으면 차 사세요. 젊을 때 누구나 좋은 차타고 싶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경우 오히려 나이 들면 가족부양에 애 키운다고 들 돈이 많아서 좋은 차로 업그레이드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아직 젊으니까 또 10년이고, 20년이고 돈은 또 모으면 됩니다. 결혼이야 적당히 사는 집에서 태어난 여식 만나서 서로 마음 맞춘 다음, 양가 부모님 도움 조금 받아서 하면 됩니다.(없는 집 자식은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앞으로 직장 생활 열심히 하면 연봉도 조금씩 오를 것이고, 직장만 정년까지 계속 다닐 수 있다면 애 낳고 키우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힘들 것 같으면 와이프랑 맞벌이하시고요. 


돈은 자기 능력에 따라 적게 벌수도 있고 많이 벌수도 있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돈이 걸린 이상. 모든 걸 만족시키는 선택은 어렵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수반되는 리스크는 성인답게 본인이 감수해야죠.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