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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모어 시가몰트 리저브 1리터 면세용 구매후기

무사장구 2020. 2. 27. 09:38

치과 치료차 제주도를 오가던 중 제주공항면세점에서 시간이 남아 담배와 향수, 술 쇼핑을 했다. 쇼핑리스트 중 하나가 달모어 시가몰트 리저브 1리터 면세용이다. 

 

 

2019년 9월 당시 구매가는 미화 157달러. 당시 환율로 187,310원을 지불하고 구입했다. 요즘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면세점 쇼핑 대부분이 메리트가 없는 편인데, 내가 이 술을 구입한 가격 역시 메리트는 없었다. 그냥 집에서 홀짝이려고 산 셈. 웹에서 써치를 해보니까 혹자는 같은 해 3월에 동일한 면세점에서 이 술을 13만 원대에 구입했더라. 

 

로열 스태그 앰블럼이라 부르는 사슴 문양이 술병 상단에 장식되어 눈길을 사로잡는 달모어는 영화 킹스맨(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 1편에서 잭 데이븐포트(Jack Davenport)가 연기한 랜슬롯이 죽기 전 가격이 무려 GBP £32,000에 달하는 달모어 62년을 마시면서 국내 대중에게 킹스맨 양주로 각인되었다. 32,000 파운드는 2020년 2월 현재 환율로 한화 5천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큰 목초지라는 뜻의 달모어(Dalmore)는 1263년, 맥켄지 족장 클랜 맥켄지(Clan MacKenzie)이라는 자가 달려드는 사슴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 스코틀랜드의 왕 알렉산더 3세를 구하게 된다. 이에 알렉산더 3세는 맥켄지 족에게 12개의 뿔을 가진 사슴문양과 함께 ‘Help the King’이라는 칭호를 사용할 권리와 스코틀랜드 알네스 일대의 땅을 하사한다. 

 

이후 1839년 기업가 알렉산더 마테손에 의해 달모어 증류소가 설립되었고, 증류소의 경영권이 앤드류 맥켄지에게 넘겨지면서 사슴 문양의 로열 스태그 앰블럼이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한때 영국 왕실 해군이 달모어 증류소 옆에 있던 포대를 심해 광산으로 개발하였으나, 1920년 탄광 폭발과 화재로 인해 달모어 증류소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수모를 겪는다. 

 

이후 앤드류 맥켄지와 영국 해군간의 법정 다툼이 오래 이어지면서 달모어 증류소의 주요 고객이었던 화이트 앤 맥케이(Whyte & Mackey)社가 달모어 증류소를 인수한다. 달모어의 경영 구조가 대단히 복잡한데, 화이트 앤 멕케이는 필리핀에 본사를 둔 Emperador 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또 Emperador 주식회사는 Alliance 글로벌 그룹 지주회사의 자회사이다. 

 

뭐 아무튼 축약한다면, 스코틀랜드 알네스에 위치한 달모어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가 바로 달모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달모어 위스키의 종류는 크게 달모어 12년, 달모어 15년, 달모어 18년, 달모어 킹 알렉산더, 달모어 25년 이렇게 이렇게 5개 라인업이 메인이라 볼 수 있고, 리미티드 에디션의 종류가 꽤 많은 편이다. 

 

내가 구입한 달모어 시가몰트 리저브의 경우는 달모어 15년과 18년 사이의 가격대로 포지션이 잡혀있고, 시가 몰트라는 이름답게 나처럼 흡연과 음주를 겸하는 애연가들의 취향을 저격해 만든 술이다. 

 

 

달모어 시가몰트를 처음 시음하면 전체적으로 바디감이 강하면서도 스위트해서 이런 복잡한 맛 때문에 한동안 여러 생각에 잠긴다. 마치 겉은 수수한데 변덕이 심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여인과 같달까? 첫 맛은 신선하고 활기찬 민트 초콜릿 같으면서 중간 맛은 감초와 건포도가 생각날 정도로 둥글고 단데, 끝 맛은 또 오크와 과일이 생각나는 정말 복잡한 맛이 위스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선 10점 만점에 8점대 이상을 받을 정도로 나름 인정받는 맛이다. 

 

달모어 시가몰트는 웬만하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좋겠다. 여느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언더락을 하면 애초에 가진 맛들을 온전히 모두 느끼긴 어렵다. 다만, 44도가 부담스러운 초심자는 시가몰트와 생수의 비율을 9:1 정도로 섞어서 마셔도 좋겠다. 

 

집에서는 냄새로 인해 독한 시가를 태우기 어렵기 때문에 테라스에서 종종 담배를 태울 때 시가몰트를 마시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담배와 정말 잘 어울리는 위스키임을 자부하게 된다. 딱 한 잔만 마시려고 했음에도 두 잔 이상 마시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니 말이다. 또한 시가의 유무와 관계없이 살짝 달콤한 맛이 나는 위스키를 먹고 싶다면 이 술을 마시는 것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