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팰리스 호텔의 파인 다이닝 이타닉 가든의 예약 방법, 좌석 정보, 무료주차 정보, 메뉴 가격 정보, 레스토랑 후기까지 모두 담았습니다. 코스 진행 분위기와 음식의 느낌을 참고하기 좋도록 많은 이미지와 최대한의 설명을 포함합니다. 서울 데이트 맛집이자, 기념일에 방문하기 좋은 레스토랑임을 확신하는 바,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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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타닉가든 기본 정보
네이버 지도
조선 팰리스 이타닉 가든
map.naver.com
업장명 | 이타닉 가든 EATANIC GARDEN |
업장 형태 |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의 다이닝 업장 |
운영 주체 | 조선호텔앤리조트 JOSUN HOTELS & RESORTS Co. |
주소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31 (역삼동 676, 센터필드타워 WEST 조선팰리스 호텔 36층) |
전화번호 | 02-727-7610 |
영업시간 | 📌 수요일 ~ 일요일 · 런치 12:00 pm ~ 14:30 · 디너 18:00 ~ 22:00 ⚠️ 매주 월요일, 화요일 정기휴무 |
주차 | ·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 · 발레파킹: 35,000원 · 이타닉 가든 이용 시 최대 4시간 30분 무료주차 지원 |
수용 인원 | · 총 58석 · 홀 테이블: 28석 · 셰프스 테이블(카운터): 12석 · 소파 테이블(부스): 6석 · PDR(Private Dining Room): 4인룸, 8인룸 |
드레스 코드 | · 스마트 캐주얼 · 트레이닝 팬츠, 슬리퍼, 샌들, 반바지(남성) 착용 시 출입 불가 |
이용 요금 | · 런치 코스: 190,000원 · 디너 코스: 320,000원 · PDR 예약 시 룸 차지 7만 원 (유선 문의 필수) |
노키즈존 | · 미취학 아동 이용 불가 · 소인 메뉴 불가 |
유의사항 | · 좌석은 예약 선착순 배정 · 4인 이상 단체 예약 시 유선 문의 필수 · 당일 사전 고지 없이 15분 이상 늦을 경우 노쇼 처리 · 2일 전 예약 취소, 인원 변경, 날짜 변경 시 100% 환불 · 1일 전 예약 취소, 인원 변경, 날짜 변경 시 50% 환불 · 당일 취소, 인원 변경, 날짜 변경 시 환불 불가 · 콜키지 불가 (단, 클럽 조선 멤버는 1일 750ml 와인 콜키지 프리 쿠폰 사용 가능) |
예약 방법 | · 유선 예약: 02-727-7610 · 조선호텔앤리조트 공식홈페이지 · 캐치테이블 |
이타닉 가든(Eatanic Garden)은 2021년 5월 25일 오픈한 '조선팰리스 럭셔리컬렉션 서울 강남(Josun Palace, a Luxury Collection Hotel, Seoul Gangnam)'의 이노베이티브 퀴진 레스토랑입니다. 프렌치 조리법에 기반해 컨템퍼러리 한식을 접목한 파인 다이닝으로,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창의적인 요리를 아름답게 플레이팅 하는 코스 요리를 선보입니다.
이타닉 가든은 도심 속 미식 정원이라는 의미로, 식물원을 뜻하는 Botanic Garden에서 Bot를 Eat로 바꿔 동일한 어미 '-anic'은 유지하는 패러디 네이밍(parodic naming)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엔 한자 차음도 동일한 '식(食)물원'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식(食) 문화를 연구하고,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고객과 소통을 통해 나누는 곳입니다.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식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타닉 가든은 오픈 준비부터 2021년 말까지 임현주 헤드 셰프가 총괄했고,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에 2022년 2월 14일 리뉴얼 오픈 이후 현재까지 손종원 헤드 셰프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손종원 셰프는 미국 뉴욕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 소재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Quince, Benu를 비롯해 2스타 레스토랑 Coi, 코펜하겐의 Noma 등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손종원 셰프는 2018년 레스케이프 호텔 다이닝 '라망 시크레(L'Amant Secret)'의 헤드 셰프를 맡아 5년 연속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고, 2022년 조선팰리스 호텔 다이닝 '이타닉 가든(Eatanic Garden)'의 헤드 셰프를 겸하며 3년 연속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손종원 셰프와 함께 이타닉 가든 팀원들이 이룬 대표적인 업적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2.10.13. 'Michelin Guide Seoul 2023', 1스타 레스토랑 선정
- 2022.11.28. ‘LA LISTE 2023 WORLD TOP 1000' 선정
- 2023.11.20. ‘LA LISTE 2024 WORLD TOP 1000' 선정
- 2024.02.22. 'Michelin Guide Seoul & Busan 2024', 1스타 레스토랑 선정
- 2024.10.22. ‘LA LISTE 2025 WORLD TOP 1000' 선정
- 2025.02.27. 'Michelin Guide Seoul & Busan 2025', 1스타 레스토랑 선정
- 2025.03.25. 'Asia's 50 Best Restaurants', 25위 선정
2. 이타닉가든 메뉴 가격 정보
LUNCH 아스파라거스 asparagus 주전부리 jujeonburi 나물 spring mountain greens 토종쌀 native rice 삼계탕 samgyetang 돌산 갓 dolsan mustard greens 냉이 shepherd's purse 감태 gamtae seaweed 자개함 mother of pearl box 190,000원 Together 4 Expressions of Wine & Korean Sool 120,000원 6 Expressions of Wine & Korean Sool 180,000원 |
DINNER 아스파라거스 asparagus 주전부리 jujeonburi 나물 spring mountain greens 봄조개 spring clams 토종쌀 native rice 삼계탕 samgyetang 돌산 갓 dolsan mustard greens 냉이 shepherd's purse 꽃놀이 flower viewing 감태 gamtae seaweed 자개함 mother of pearl box 320,000원 Together Signature Expression of Wine & Korean Sool 230,000원 |
· 모든 메뉴에는 10% 세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All prices are inclusive of 10% VAT. · 특정 음식에 알러지가 있거나 특이 반응이 있으신 분은 담당자에게 미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Please inform us of any food allergy or food intolerance in advance. · 이타닉 가든에서는 도다리(국내산), 능성어(국내산),죽합(국내산),동죽(국내산),와우럭(국내산),바지락(국내산),모시조개(국내산),가리비(국내산),백합(국내산),낙지(국내산),한치(국내산),새우(베트남산),대게(러시아산),전복(국내산)소고기(국내산 한우),닭고기(국내산)을 사용합니다. |
- 작성일 기준 현재 판매 중인 이타닉 가든의 코스 메뉴로, 아래 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타닉 가든의 코스 메뉴는 매 시즌 제철 식재료를 반영해 분기마다 새롭게 진화(Evolve), 변경되기 때문입니다.
- 이타닉 가든은 런치와 디너 두 타임 동안 단일 코스로 진행되며, 별도의 단품 메뉴 또는 추가 메뉴가 없습니다.
- 이타닉 가든은 노키즈존(Kids-free zone)으로 미취학 아동을 동반할 수 없으며, 별도의 소인 메뉴가 없습니다. 소인 역시 성인과 동일한 코스로 진행됩니다.
- 이타닉 가든은 와인과 전통주 페어링이 가능하며, 자세한 와인 리스트는 업장 내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주류 메뉴를 보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콜키지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나, '1일 750ml 와인 콜키지 프리 쿠폰'을 보유한 클럽 조선 유료멤버십 회원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3. 이타닉가든 디너 코스 후기
요즘 이타닉가든을 포스팅하려고 아이클라우드 사진첩 파묘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클라우드 가족 계정으로 2TB를 사용 중인데 과거의 기록을 찾으려니 끝없는 스크롤과의 전쟁입니다. 여기에 과거에 사용하던 아이폰 3대의 사진 앱까지 확인하느라 눈이 너무 아파요. 일부 방문 시기에는 촬영된 사진이 몇 장 없어서 건너뛴 스토리들도 있습니다. 지난 1탄(이타닉가든 디너 카운터 후기)에 이어 오늘은 2탄(이타닉가든 런치 카운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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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당시 갓 메리어트 본보이에 입문한 지인 커플이 기념일 이벤트로 올인클루시브(AL, All-Inclusive) 또는 하프보드(HB, Half Board)를 즐길 수 있는 도심 호캉스를 기획 중이라며 제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지인 커플이 지목한 일정이 마침 저희 커플이 조선팰리스 호텔에 투숙하는 일정과 같아서 지인 커플에게도 조선팰리스를 추천했습니다.
지금은 정책이 다소 변경되었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조선팰리스 호텔 투숙객은 25층 그랜드 리셉션에서 12:00 pm ~ 18:00 사이에 무료 커피, 차, 주스, 쿠키를 이용할 수 있었고요. 19:00 ~ 22:00 사이에는 Palace Delight라고 하여 무료 핑거푸드 플래터, 레드와인, 화이트와인을 1인당 2잔씩 제공하였고요. 익일 07:00 am ~ 11:00 사이에는 Morning Taste라고 하여 컨티넨탈 스타일의 간단한 무료 조식까지 제공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하프보드 기준에 충족하니까 유일한 공백인 런치는 조선팰리스 호텔로 권유한 제가 대접하겠다고 했지요.
지인 커플이 저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하여, 저는 즉시 조선팰리스 체크인 당일에 맞춰 이타닉가든 업장에 전화를 걸어 런치 4인으로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완화되면서 다이닝 업장마다 설치된 아크릴 간이 파티션이 치워진 상황이라 다행스럽게도 4인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요. 예약 과정에서 캡틴님께서 카운터석을 추천해 주셔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이타닉가든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좌석을 선택할 때 부스(소파 테이블, 창가 앞 2인 커플석)는 50,000원의 차지가 붙었고, PDR(Private Dining Room) 룸차지 역시 50,000원이었습니다. 홀 테이블과 카운터(바테이블) 좌석만 별도의 차지가 없었죠. 참고로 작성일 기준 현재 이타닉가든은 PDR(룸차지 7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좌석에 별도 차지가 없습니다. 현재는 예약 시점에서 선착순 배정됩니다.
저처럼 전화로 예약을 해도 문자로 캐치테이블 결제 링크를 받아 예약금 결제를 진행하고요. 당시 이타닉가든 예약금은 식사 금액의 50%였습니다. 저의 경우 런치(190,000원) x 4명이니까 = 760,000원의 50%인 380,000원을 선결제했습니다. 선결제한 예약금은 식사 당일 제시간에 맞춰 식사가 진행되면 취소(환불 처리) 됩니다. 그럼 식사를 마친 후 총 이용금액에 대한 정상 결제 후 퇴장하면 되는 것이죠. 참고로 현재는 이타닉가든 예약 시 런치와 디너를 가리지 않고 1인당 160,000원의 예약금 선결제가 필요합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조선팰리스 호텔 36층으로 올라가니까 이타닉가든 직원분께서 복도까지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저희를 기다리셨을 생각을 하니까 황송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직원분의 에스코트를 받아 업장 내부로 입장했고요. 저희보다 먼저 도착해 카운터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지인 커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웰컴 드링크로 자작나무 수액을 1잔씩 주셨습니다. 이 자작나무 수액은 이타닉가든 리뉴얼 후 새롭게 추가된 부분입니다.
자작나무 수액(Birch sap)은 아주 미묘하게 단맛이 살짝 느껴지는 물입니다. 자작나무 수액은 프럭토스, 자일리통, 비타민 C, 미네랄, 아미노산을 함유해 제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항염 및 해독 작용, 피로 해소 및 활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코스 시작 전에 심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동시에 입안을 정화시켜 줍니다. 대량 채취가 가능한 고로쇠 수액과 달리 자작나무 수액은 최상급입니다.
지금은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이라고 부르는 카운터 바테이블 좌석은 ㄷ자 형태로 한 변마다 4명씩 총 12명이 동시에 착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리는 업장 안쪽의 주방에서 이뤄지고, 2021년 처음 오픈 당시 카운터 가운데 배치된 아일랜드에서는 조리사분들께서 서빙 전 마지막 플레이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리뉴얼 오픈 후에는 가운데 아일랜드 위로 작은 중정이 조성되었습니다. 한국의 정원은 선비들이 휴식과 사색을 하는 공간이었죠. 이타닉가든 카운터석 중심부에 작은 중정을 설치하여 식사 시간 동안 편안하게 정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의도했고, 높낮이를 조정해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연출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분재 백엔드 실습을 해봤는데, 그때 꽃을 심고 흙 위로 이끼를 덮어 예쁜 수석을 올리는 등의 나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제 이 공간에서는 조리사분들의 플레이팅을 더 이상 구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끝에 올려둔 접시는 웰컴 드링크인 고로쇠 수액(또는 자작나무 수액)을 서빙할 때 사용되는 이끼플래터입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당시 조선팰리스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라 직원분께서 별도의 웰컴 드링크로 '로랑 페리에 브뤼 밀레짐 2008(Laurent Perrier Brut Millesime 2008) 조선팰리스 에디션' 샴페인을 1인당 각 1잔씩 제공해 주셨습니다. 공사다망한 4인이 이렇게 대낮에 한자리에 모인 것도 특별하다며 기분 좋게 건배했습니다. 지인 커플이 샴페인의 맛을 보더니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하셔서 로랑 페리에 브뤼 밀레짐 2008 1병을 아예 따로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조선 팰리스는 독점적으로 공수한 와인에 조선 팰리스를 새긴 레이블까지 더한 시그니처 와인 4종(Laurent Perrier Brut Millesime 2008, Josmeyer Le Kottabe Alsace France Riesling 2018, Duval Leroy Blanc de Blancs Grand Cru Brut NV, Smith & Hook Central Coast California USA Cabernet Sauvignon 2019)을 2021년 12월부터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로랑 페리에 브뤼 밀레짐 2008은 한때 조선 팰리스와 로랑 페리에를 합친 단어 ‘조랑 페리에’로 불렸습니다. 황금빛으로 잘 익은 사과를 연상시키는 향, 섬세한 브리오슈의 감칠맛, 섬세한 플로럴 노트와 활기찬 시트러스 언더톤이 조화롭고, 군더더기 없는 개운한 피니시를 자랑하는 샴페인으로 모든 음식에 유연하게 페어링이 가능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타닉가든의 2022년 5월 런치 코스(9-Course)를 시작합니다.
3-1.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첫 번째 요리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white asparagus)'입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 봄 제출 식재료입니다. 4~5월 유럽에서 수확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즙을 지닌 제철 식재료입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아서 귀한 식재료이고, 이런 연유로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이타닉가든에서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해 수프로 만들어 조선백자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도예가 김상인 작가의 접시에 담아냈습니다. 쌀, 마카다미아를 가미하여 고소함과 걸쭉함이 흡사 잣죽과 유사하게 다가오나 아스파라거스의 풋내가 느껴지는 뒷맛이 좋습니다. 식전 미음으로 속을 달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풍성했던 거품이 입안에서 사르르 사라지면서 재미있는 식감을 주는 아주 고급스러운 맛입니다.
참고로 기존에는 해당 코스 요리의 순서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메뉴판 형태로 제공했는데, 리뉴얼 후에는 메뉴 카드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타닉가든 코스 요리에 사용된 주요 제철 식재료를 마치 식물원의 도감처럼 보태니컬 아트로 표현했습니다. 보태니컬 아트란, 우리말로는 ‘식물 세밀화’입니다. 식물학과 예술이 결합된 장르로, 식물에 대한 기본 지식과 작가의 예술적 감각을 토대로 식물의 정교한 부분까지 담아내는 세밀화의 한 종류입니다. 메뉴 카드의 작화는 (사)한국색연필화협회 정회원 김지윤 작가님께서 맡으셨어요. 메뉴 카드 뒷면에는 이타닉 가든의 팀원들이 직접 작성한 식재료에 얽힌 추억, 스토리텔링을 담아 특별한 다이닝 경험을 선사합니다.
3-2. 유채꽃
두 번째 요리는 '유채꽃(yuchae flower)'입니다. 그릇에 노란 제주도 유채꽃 생화를 두른 비주얼이 절로 아이폰을 들어 사진을 촬영하게 만들 정도로 예쁘고 화사합니다. 이날 전체 코스 중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디시였습니다. 당시 제가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던 때여서 이날 식사 중간에 이 요리의 사진을 촬영해 바로 게시했더니 유독 일본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요리는 남해에서 잡은 숭어를 사용합니다. 전라도 고흥 유자의 새콤달콤한 풍미를 살린 유자식초에 염장한 숭어 알과 숭어 살을 달걀노른자와 함께 담고, 숭어의 뼈는 한 번 구워서 본브로스(Bone Broth)를 우린 후 여기에 차조기, 제주산 감귤로 맛을 낸 비네그레트(vinaigrette sauce)로 알싸함과 산미를 더했습니다. 젓가락으로 숭어 한 점을 집어 먹을 때마다 샴페인이 술술 들어가더군요. 오랜 고뇌와 연구 끝에 손종원 셰프가 탄생시킨 컨템퍼러리 한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던, 그야말로 봄 한 그릇이었습니다.
이 요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사진 속 나뭇잎 모양의 젓가락 받침은 이혁 작가의 작품이고, 자개 무늬가 예쁜 젓가락은 한국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인 부암동 '저집'에서 옻칠 기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젓가락이 너무 예쁘다며 갖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다음에 시간을 내서 부암동 저집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3. 버섯, 감자, 나주 배
세 번째 요리는 '버섯, 감자, 나주배(mushroom, potato, naju pear)'입니다. 오직 이타닉가든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이혁 작가의 거창 유기그릇 위로 플레이팅 되는 세 가지 맛의 주전부리입니다. 초록 유기그릇은 두부껍질로 작은 컵을 만들어 그 속에 멸치볶음과 감자샐러드, 백다시마 우엉절임을 채운 후 구운 대파와 꽃으로 장식한 요리입니다. 파란 유기그릇은 한국의 도넛이라 불리는 주악 위로 움브리아 트러플을 화관처럼 올린 요리이며, 마지막 붉은 유기그릇은 나주배를 레고블록처럼 길게 커팅 후 다진 대추를 올린 요리입니다. 와인 한 모금 마신 후 츠마미(つまみ)처럼 손으로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알려드린 시계방향 순서대로 드시면 좋습니다.
참고로 거창유기는 1924년 경남 거창의 장인 김석이로부터 시작해 문하생이었던 이현호 명장, 그의 친자 이기홍 명장의 손길로 이어진 전통 유기그릇 전문 제조 기업입니다. 현재는 이기홍 명장의 친자 이혁 작가가 4대째 가업을 이어서 유기그릇의 전통적인 제조 방법과 아름다움은 그대로 유지하되 사각 찬기를 제적하거나 레이저 마킹으로 무늬를 새기는 등 현대적인 방식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얼리, 옻칠, 레진, 도금 등의 다양한 공예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유기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4. 콩
네 번째 요리는 이타닉 가든의 시그니처인 '콩(soy bean)'입니다. 식구기 공방 김희종 작가의 대표 작품인 도토리 백자 합에 담겨 나오는데요. 뚜껑을 열기 전에는 말간 백자가 주는 작고 단아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뚜껑을 열었을 때에는 하얀 백지 위로 거친 붓칠이 지나간 자리에 굵은 선이 그려진 수묵화 같습니다.
얼핏 계란찜 위에 캐비아를 올린 느낌인데요. 손종원 셰프가 사찰음식점 ‘두수고방’에서 먹었던 순두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입니다. 두유를 훈연해 굳혀서 만든 두부 커드 위로 캐비아를 갈아 달걀과 섞어 무늬를 더하고, 발효한 표고버섯과 오징어 먹물로 만든 글레이즈로 마무리했습니다. 스푼으로 한 스푼 떴을 때의 맛은 따뜻한 두부 커드와 차가운 캐비아의 온도 차이가 미묘하게 잘 어울리고, 비벼서 먹었을 때에는 부드러운 계란찜의 식감과 고소한 맛이 좋았습니다. 두부와 캐비아를 함께 먹은 적은 처음이라 센세이션 한 경험이었어요.
이 요리는 요즘도 계속 활용되는데요. 지금은 탱글탱글한 식감이 특징인 잔다리 두부를 활용해 만들고, 발효시킨 콩나물과 멸치 등의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한식의 맛을 더 강조한 메뉴로 진화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요리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타닉가든의 성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실 제대로 된 음주는 저녁에 하려고 체력을 안배하고 있었는데요.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샴페인이 술술 들어가니까 도저히 주속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남은 코스와 어울릴 와인을 추천받아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샤블리 레 두 리브(Olivier Leflaive Chablis Les Deux Rives 2018)'를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샤블리 레 두 리브 2018은 칠링 된 상태에서 마셨을 때 열리는 느낌이 확실하고, 고급스러운 노란 빛깔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적당한 산미에 긴 피니시가 괜찮아서 목 넘김도 경쾌하고 약간의 타닌감도 있어서 입안을 깨끗하게 정돈해 주는 느낌도 좋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화이트입니다. 한때 부르고뉴 와인들이 유행하면서 이제는 이마트에서도 도멘 르플레이브(Domaine Leflaive) 와인들을 파인다이닝의 1/3 정도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3-5. 봄동
다섯 번째 요리는 '봄동(spring cabbage)'입니다. 봄 배추는 달래, 냉이와 함께 우리나라 봄철을 대표하는 나물입니다. 보통 가정에서는 겉절이로 많이 쓰죠. 잎이 크지 않고 고소하면서 풋풋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바지락 소스와 된장을 풀어 만든 사바용 소스와 봄동 퓌레 위로 전통주 해밀을 첨가해 반죽을 입혀 튀긴 대구살과 부드럽게 익힌 잎사귀 가니시를 올렸습니다. 제 입맛에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손종원 셰프가 탄생시킨 컨템퍼러리 한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던 맛이었습니다. 지극히 한식스러운 나물 재료를 섬세하게 잘 다루시는 기교가 일품입니다.
3-6. 봄나물
여섯 번째 요리는 이날의 메인 요리 '봄나물(spring greens)'입니다. 완성된 요리가 서빙되기 전에 손종원 셰프님께서 잠시 나오셔서 직접 울릉도 칡소 채끝살과 전복을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아 레이어한 덩어리를 솔잎으로 훈연했다는 설명과 함께 보여주십니다. 이 둘이 마치 본드로 붙인 것처럼, 아니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엉켜있는 게 신기해서 여쭤보니 전복과 채끝을 따로 조리한 뒤 얇게 썰어 겹겹이 쌓고, 비장탄 숯불에 살짝 조리한 다음 다시 식혔다가 또 구워내는 현대적인 테크닉으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스테이크의 외형에서 탈피한 요리가 센세이션 했어요. 마치 난생처음 웰링턴을 마주했을 때의 감흥과 같았습니다. 정성과 기술이 정말 대단하셨어요.
흥미로운 자태의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로 고조되면서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샤블리 레 두 리브 2018을 1병 더 주문했습니다. 다들 멋진 분위기와 입안을 극락으로 만들어주는 맛있는 요리에 신이 나서 술을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잠시 후 메인 요리가 서빙되면서 다시 손종원 셰프님께서 나오셔서 소스를 멋지게 둘러주셨습니다. 저는 이날 손종원 셰프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굉장한 미남이셔서 방송에 출연하시면 인기 많으실 것 같다고 느꼈는데, 요즘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에 출연하셔서 대중에게 엄청난 인지도를 올리고 계시죠.
두릅, 참나물, 방풍나물, 돌나물, 세발나물, 냉이, 열무, 양하 등 10종의 봄나물들이 마치 접시 위의 정원처럼 예쁘게 플레이팅되었습니다. 봄나물들 데치거나, 절이거나, 굽는 등 모두 다른 기법으로 조리하여 일부는 드라이하고, 또 일부는 피클처럼 새콤달콤한 식감과 풍미를 줍니다. 이 봄나물들을 고기와 함께 곁들여 씹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맛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덕분에 메인 요리를 음미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습니다. 혹자들은 칡소 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며 비평하는데, 저는 좋았습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오래 씹고 볼 일입니다.
3-7. 국화
일곱 번째 요리는 '국화chrysanthemum'입니다. 메인 요리로 향하는 시간이 다소 지연되면서 테이블 위로 함께 세팅되었습니다. 백자소지의 흙으로 물레성형을 이용해 똘배 모양으로 만든 자기의 표면에 순도 99.9%의 은(silver)을 발라 입힌 후 800도로 삼벌 소성하여 완성된 김희종 작가의 실버돌배합에 담겨 나옵니다. 통밀과 다진 국화를 배합해 뽑아낸 국수 면이고, 국물은 말린 국화로 우려낸 부이용(bouillon) 위로 대파 오일, 마늘 오일을 뿌려 장식했습니다. 이 국화국수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찾게 되었는데요. 핸드백, 가방 등을 거치 및 보관할 수 있는 폴더블 러기지렉은 의자 옆으로 놓아주십니다. 짐이 있는 경우 의자 등받이에 기대거나 바닥에 내려둘 필요 없이 여기에 놓아둔 채로 편안하게 식사하면 되겠습니다.
3-8. 건시
여덟 번째 요리는 '건시(dried persimmon)'입니다. 리뉴얼 전 임현주 셰프만의 기법으로 만들어낸 시그니처 디저트와 유사한 형태인 에어레이티드 스퀘어 케이크입니다. 곶감 파우더로 맛을 낸 화이트 초콜릿에 음압 방식으로 공기를 주입해 낸 폼을 급속냉각시켜 스펀지처럼 만들었습니다. 대추와 시나몬을 수정과처럼 우린 후 접시에 발라 이우환 작가의 다이얼로그에서 영감을 얻은 플레이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겉보기엔 표면이 거칠어 보이지만, 포크로 한입 떠서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질감과 식감이 정말 미치도록 맛있습니다. 그리고 접시에 발린 수정과 페이스트도 함께 맛보니 더욱 맛있었습니다.
3-9. 자개함
런치 코스의 마지막 아홉 번째는 '자개함 mother of pearl box'입니다.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나전칠기공예 대상을 수상한 안유태 작가와의 협업으로 이타닉가든에서 자체 제작한 자개함이 보자기 위로 올려집니다. 3단 자개함의 서랍을 열면 한국의 전통음료 생맥산, 정성가득 건강간식 당근정과, 매실과 샐러리로 만든 젤리, 초콜릿을 입힌 대추야자가 들어있습니다.
보석을 넣어두는 자개함처럼 한국의 멋이 담긴 작고 달콤한 디저트로 채운 최고의 프티 푸르였습니다. 이 디저트들을 차와 함께 음미하고 있으면 직원분께서 그동안의 메뉴 카드들을 모두 모아 봉투에 넣어 건네주십니다. 이날의 도감들을 기념으로 간직하기 좋은 아이템이죠.
이타닉가든의 메뉴 이름은 대부분 식재료입니다. 그만큼 식재료가 요리에서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에 걸맞게 꽃향기, 풀 내음 등 봄철 느낄 수 있는 생명력과 생동감이 두드러지도록 잘 구성된 코스 메뉴였습니다. 자칫 차갑고 삭막해 보이는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빌딩 숲 사이로 우리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이 바로 조선 팰리스 이타닉 가든이었습니다.
영수증 사진으로 내돈내산 인증합니다. 총 141만 원이 나왔고, 당시 메리어트 본보이 식음료 할인 20% 받아서 1,128,000원 결제했습니다. 1인당 282,000원으로 9코스 런치에 샴페인 1병, 화이트 와인 2병을 신나게 먹고 나왔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날 런치를 마치고 체크인해서 각자 룸에서 좀 쉬다가 저녁에 1914라운지에서 라이브 재즈 좀 즐기다가 또 다시 새벽까지 힘차게 달렸습니다. 술이 모자라 미니바를 털었을 정도로 과음해서 다음날 몸이 너무 힘들었는데, 눈뜨자마자 이타닉가든 또 가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저에게는 그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파인다이닝이었습니다. 맛, 분위기, 특색, 서비스 모두 정갈하고 고급스러워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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