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Tip

며느리밑씻개 라는 식물을 아시나요?

무사장구 2017. 11. 21. 16:19

평소 식물에 관심이 없던 나는 살다 살다 이렇게 흉측한 이름을 가진 잡초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글쎄 잡초의 이름이   며느리밑씻개 란다. 


이걸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농업진흥청에서 운영하는 국가 농작물 병해충 관리 시스템이라는 홈페이지가 있거든. 


여기서 자료를 찾던 중 정말 우연히 발견하게 된 거야. 


며느리밑씻개의 학명은 페르시카리아 센티코사(Persicaria senticosa)란다. 


원래 우리나라에선 살쾡이, 아저씨를 의미하는   사광이아재비 라고 무르던 한해살이 덩굴식물인데, 이게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지에도 분포되어 있거든. 



창씨개명 알지? 사광이아재비가 일본어로 마마코노시리누구이(ママコノシリヌグイ)인데, 이 뜻이   의붓자식의 밑씻개 란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제의 영향을 받아서 사광이아재비가 ‘며느리밑씻개’로 강제 개명된 것이지. 



국가 농작물 병해충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며느리밑씻개는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산야지, 원야 및 길가 등에 흔히 자생하는 식물이라 쉽게 볼 수 있고, 여름철인 7~8월에 개화하면 잡초치곤 예쁘게 꽃을 피우니 식물의 외적 느낌이 흉측한 이름과 전혀 매칭되지 않는 점이 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식물의 사진을 자세히 보니까 잎사귀의 모양이 독특한데, 줄기는 온통 가시라서 사람 피부에 닿으면 쉽게 생채기가 나고 쓰린 고통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혹자는 화장실의 개념과 휴지가 없던 시절엔 당연히 들밭에 볼 일을 보고선 식물의 잎사귀로 용변을 닦아 처리했다는데, 그 시절에 의붓자식(자신이 낳지 않는 남편의 자식, 배 다른 자식)을 미워한 계모가 이 식물의 잎사귀를 줄기 채 꺾어서 닦으라고 줬다는 얘기가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이 식물의 이름이 ‘의붓자식의 밑씻개’가 되었단다.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계모가 하는 짓이다. 그 아이는 이걸로 밑을 닦으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 혹자는 풀잎으로 뒤처리를 하던 시절에 며느리가 볼일을 볼 때면 시어머니가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성나게 돋친 이 식물을 꺾어주며 뒷물하라고 그래서 이 식물이 ‘며느리밑씻개’가 되었단다. 



말 그대로 미운 며느리한테 혼꾸멍을 내줄 용도로 쓰는 밑씻개다. 정말 얄궂은 시어머니가 아닐 수 없다. 며느리밑씻개로 거기를 닦을 것을 상상하면 할수록 이건 얄궂은 정도가 아니라 잔혹한 학대나 마찬가지다. 며느리는 이걸로 민감한 부위를 닦으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얘기일 뿐 근거는 없단다. 사실 조선의 유교사회는 일제 식민 통치로 종말을 맞았고 독립과 동시에 찾아온 한국전쟁으로 하루아침에 생사의 운명을 달리하던 그 시절. 내 아들놈을 챙기고 병약한 노인을 지극히 모시며 매일 밥상을 책임져준 며느리를! 시어머니 입장에서 그런 며느리를 학대하거나 욕되게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더구나 요즘처럼 남녀가 평등한 사회이고, 저성장으로 인한 만혼이 일상이 된 시대적 흐름에 내 아들놈 총각딱지 떼어주고 시집와준 며느리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존재인가?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구전으로 전해진 며느리밑씻개의 썰은 며느리를 학대하고 성적으로 욕보이는 이름이라 다시 사광이아재비로 바꿔 불러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나 놀랍게도! 한방에서는 어느 시어머니가 며느리밑씻개를 우린 물로 며느리의   부인병 을 치료했다는 썰이 있단다. 부인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서 며느리밑씻개라 부른 것일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며느리밑씻개의 잎사귀만 손질 후 끓는 물에 데치면 까실한 느낌이 사라지고 숨이 죽는단다. 이렇게 데친 잎사귀를 밥에 말아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풍미가 넘치는 요리가 된단다. 며느리밑씻개를 먹는 것이지! 



금년 4월경.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 자생생물 4만여 종에 대하여 한글이름을 찾아주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봤었다. 지난 2010년에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 名古屋議定書)가 맺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생물자원의 목록을 정교하게 정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비사업 과정에서 생물명의   국어 순화  작업도 진행 중인데 ‘며느리밑씻개(Persicaria senticosa)’뿐만 아니라 ‘소경불알(Codonopsis ussuriensis)’ 등 몇몇 야만적이고 성적인 표현이나 성적인 비하가 담긴 이름을 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일부 여성단체에서는 며느리밑씻개의 이름을 순화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혹자들은 그냥 그대로 두자며 반대하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의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