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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입장에서 부모님의 이혼 문제, 인생 고민 상담

무사장구 2020. 5. 19. 02:17
*질문 : "제가 부모님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읽기가 힘든 글인 점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24살 대학생입니다.

 

저희 가족은 4인으로 제 밑에 2살 어린 남동생이 있습니다.

 

8년전 이사오기 전 까지는 가족관계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것 같습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큰아버지 밑에서 일을 하다 돈을 못받게 되어 친척들이랑 사이가 안좋았고 어머니랑 말다툼을 하는 것을 몇번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사를 온 후 동생이 사춘기에 접어들기도 하고 친구들을 잘못 사귀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일으켜 부모님이 몇번 학교에 왔다 갔다 하고 법정까지 갔다 오셨습니다.(지금은 정신을 차린듯 합니다.)

 

그로인해 약 6년전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 다 스트레스로 매우 민감한 상태가 되셨고 이혼하자고 하는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행이 그날 이모가 계셔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그 후 평범한 가족처럼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고 저는 사촌들이랑 술을 먹다가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두분께서 얘기하시는 것을 들어 버렸습니다. '아들들이 대학교 졸업하면 각자 따로 살자고 or 이혼하자' 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가족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 며칠간 모든일에 집중도 안되고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가족 문제가 있다는것은 자녀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거겠죠....

 

사실 저한테도 문제가 있죠... 저도 부모님 속을 많이 태우기도 했고 후회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그냥 이러시다가 말겠지...' 하고 넘겨버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제가 그냥 넘겨버린것도 있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것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저희 가족을 화목한 가족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하, 상기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질문자님께서 현재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힘이 들지 십분 이해합니다.

 

제가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해서 한참 정신이 없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엄마, 아빠랑 이혼해도 이해하렴.” 이건 뭐 거의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사실 제가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두 분의 불화를 막을 방법은 딱히 없었습니다. 제 경우 외동아들인데, 성인이라서 이제는 미성년자도 아닌 제가 부모님께 양육비 문제로 반 협박? 같은 걸 하면서 “저를 봐서라도 이혼하지 마세요.” 이렇게 땡깡을 피울 수도 없었고요.

 

시간이 흘러 좀 더 나이를 먹고, 또 숱한 연애를 경험하면서 저도 결혼을 준비하고, 주위에 저보다 일찍 결혼을 하신 선배님들께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가 보니... 부부싸움을 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돈 문제라고 합니다. 그럼 돈이 생기면 안 싸울까? 그건 또 아니죠. 그런데 돈 문제 이전에 분명 갈등의 원인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두 분 사이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대화의 방식, 근본적 사고가 다른 것이죠. 이런 걸 큰 범주에서 보면 성격차이라고들 말합디다.

 

부부이기 때문에 참고, 넘기고 그런 숱한 과정들이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두 분 모두 감정의 골이 깊었고, 이혼 및 가족해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겠죠. 이런 와중에 두 분이 각각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잘 살아보자고 하지 않는 한,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함께 살면 불행하기 때문에 헤어져 살길 바라는 것이죠.

 

너무 매정한 이야기겠지만, 부모님은 저희를 지금껏 양육해주신, 엄연한 어른들입니다. 이혼을 쉽게 결정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자식들이 모르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문제들이 해결이 될 가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죠. 그러니 두 분의 결정은 두 분이 알아서 하시도록, 자식으로서 이혼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두 분을 지켜보는 일이 좀 버겁더라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오직 두 분의 행복만을 위하여 바라는 것이 자식 된 도리 같습니다.

 

뭔가 뾰족한 해결책을 바라셨을 것 같은데, 비관적인 답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이제는 두 분의 그늘 없이도 질문자님은 맏이로서 맏이답게, 그리고 동생 분도 차남으로서 이제는 마음 잡고 각자의 진로와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누구나 다 똑같은 상황에 처하진 않지만, 이런 일련의 힘든 가정사를 겪는 경험도 결국 어른이 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혼하고도 나름 행복하게 잘 사시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이혼을 생이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두 분이 그동안 힘들게 맞춰 오셨던 노력과 온갖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서 더 늦기 전에 각자의 꿈과 행복을 위해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실 저도 이게 안 돼서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뭐... 무던합니다. 

 

두 분이 법적으로 남남이 되어도, 결국 자식이라는 연결고리 때문에 영영 안 보고 살 수는 없더군요. 자식 결혼하면 상견례 때 같이 밥도 먹어야 하고요. 혼주 석에 나란히 앉아서 식 치르셔야만 하고, 하객 접대하고, 나중에 사진도 같이 찍어야 하고요. 살다가 경조사 문제로 꼭 몇 번은 마주치게 되어 있습니다. 근데 매일 아침 눈 뜨면 서로 짜증나는 얼굴 안 볼 수 있으니 스트레스 덜 받고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오랜만에 서로 만나시면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서로 우아하게 인사랑 안부를 주고받고 가끔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돕기도 하면서 잘 지내십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 또는 특수 관계인처럼 말이죠. 한 집 안에서 같이 안 살 뿐이죠.

 

그러니까... 질문자님 지금은 많이 힘들고 가슴 아프겠지만, 오직 부모님 두 분의 행복만을 위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더라도 응원해 주세요. 질문자님도 마음 잘 추스르고 있다가 부모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더라도 꼭 존중해 주시고요. 그리고 동생 분 잘 챙겨주세요. 어릴 때 방황은 괜찮은데, 나이 들어서까지 반복되면 사람 쉽게 망가집디다.

 

네 식구의 앞날에 부디 아무런 사고 없이 행복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꼭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