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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민며느리 사건 미성년자의제강간 징역 2년 6월 선고

무사장구 2018. 2. 22. 23:34

민며느리 제도를 아시나요? 민며느리란? 선사 시대인 기원전 2세기부터 56년까지 존재했던 옥저라는 나라에서 행해진 혼례 풍습으로 10살 된 여자 아이를 약혼시켜 신랑의 집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살게 했다가 후에 결혼시켰던 제도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데릴사위제의 반대 개념인 것이죠. 현대 사회로 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던 고대 사회의 혼례 풍습이었는데요. 현대판 민며느리제와 같은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때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A양은 부모가 이혼 후 친모가 재혼을 하게 되면서 알코올 중독자인 부친으로나, 재혼 후 타지에 사는 친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 결과 전북 군산에 소재한 B아동복지센터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아동복지교사 C씨와 2014년 9월경 성관계를 맺게 됩니다. 당시 C씨는 29살 성인 남성이었습니다. 


C씨는 사고로 양팔이 절단된 1급 지체장애인이나, 평소엔 의수를 사용하여 자력으로 환복 하는 등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2015년 신학기가 시작되며 중학교에 입학한 A양은 C씨의 아이를 임신해 서서히 배가 불러오기 시작합니다. 만 13세가 되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가 임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황상 두 사람의 관계를 미심쩍게 여긴 주변인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전북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2015년 8월경 C씨를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형사입건하여 검찰에 송치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관계를 한 자는 별다른 협박이나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설령 13세 미만의 아동이 성관계를 동의했다 하더라도... 성관계에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이 희박한 연령이기 때문에 동의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간한 것과 동일하게 의제(擬制)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의제(擬制)란? 실제론 다르지만 법률의 취급에 있어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말입니다. 국내 형법이 과거 일본 형법을 일부 모방하여 차용된 말로 현재까지 사용되는 법률용어입니다. 그러니까 13세 미만의 아동은 성관계를 동의할 수 있는 연령이 되지 못한 자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즉,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관계를 가지면 사유와 관계없이 강간범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라고 지칭합니다. 


그런데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은 2015년 10월경 C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왜? A양이 C씨의 처벌을 불원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A양은 “C씨를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함과 더불어 검찰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는데요. 당시 제출한 탄원서 내용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자 딸아이의 아빠인 오빠(C씨)를 처벌받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로 시작하여 “딸을 위해서라도 오빠를 용서해주세요. 딸이 오빠를 보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A양의 진술과 처벌불원서(탄원서) 제출, 이미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동거하고 있는데다 애까지 낳아 기르고 있는 배경 그리고 A양이 성년이 되면 결혼하기로 서약한 점을 들어 처벌보단 이들의 가정을 파탄으로 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인하여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까지 참고하여 군산지청은 C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립니다. 


하지만, 당시 A양의 진술과 처벌불원서 내용은 모두 거짓으로 당시 C씨 친모의 강요에 못 이겨 그렇게 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7년 6월경 중학교 3학년이던 A양이 가출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A양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C씨와 동거 관계를 유지하며 학업을 이어왔으나, 하교 후 시어머니(C씨의 친모)가 빨래, 청소, 설거지 같은 집안 살림을 시켰고 밤이 되면 C씨가 성관계를 강요하며 강제로 성관계를 해대는 바람에 학업과 육아만으로도 벅찰 어린 나이에 신체적, 정신적, 성적인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결석도 잦아졌다고 합니다. 


A양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2학년 때 담임이었던 여교사에게 털어놨고, 여교사는 여성긴급전화 1366 전북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1366 전북 센터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 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마련한 쉼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017년 7월경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C씨와 C씨의 부모까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양은 2015년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뒤집고 강제로 성관계를 해서 임신한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전주지검은 C씨에게 추가로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까지 적용해 전주지방법원에 기소하면서 2017년 10월 26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8년 2월 22일 오늘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 이석재 부장판사는 오늘 C씨(30살)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공소사실 중 일부 내용을 참고하면 A양은 만 13세에 자녀를 출산했고, 이후 재차 임신도 했는제 C씨의 강요로 낙태 수술과 피임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재판부는 ㅊ씨가 의수를 착용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고 피해자의 나이 등에 비춰봤을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성년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남편처럼 행동하며 성적·정서적 학대를 일삼았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건전한 성적 정체성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현대판 민며느리 사건이라고 회자하며 죄질에 비해 형량이 다소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금일 1심이 종결되어 피고인 측과 검찰 측 모두 쌍방이 상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항소심이 열린다 하더라도 유죄판결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말 그대로 13세 미만인 아동 미성년자를 의제 강간한 사건이니까 말이죠. 


제가 본 사건에 대해 알게 된 후 느낀 점은 이러합니다. 


첫째, 미성년 자녀의 법적 보호자인 친부모가 양육 및 자녀 보호 역할에 너무나 게을렀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렵고, 재혼해서 타지에 살아도 자신들의 딸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 상황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전혀 문제의식이 없었던 점 너무나도 무책임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아동을 보호해야 할 아동센터에서 교사가 13세 미만인 보호 아동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해 출산까지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관리도 안 되는 아동센터가 정부의 보조를 받아 운영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닙니까? 이렇게 허술한 관리로 어떻게 어린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혀를 찰 일입니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교사였던 C씨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해당 아동센터 전체 관계자를 문책하고 필요시 형사처분과 행정처분이 뒤따라야만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2015년경 경찰 조사 당시 성폭력 상담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전문가의 기준이 뭡니까? 물론 신이 아닌 이상 거짓말을 모두 가려낼 순 없었겠지요. 그래도 A양의 전후 사정과 여러 복잡하고 가혹한 현실을 고려해 A양의 진심을 어느 정도 읽어내는 것이 진짜 전문가 아닐까요? A양이 어떤 상황에 처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는 것이 전문가입니다. 그럼에도 A양의 진술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문가로서 자질과 역량 미달이란 생각이 듭니다. 


넷째, 범죄를 범죄로 보지 않았던 수사기관의 시선이었습니다. 사정이 어찌 되었건 20대 남성이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성관계를 가진 자체가 명백한 범죄인데도 남녀 간의 연애로 치부했고, 아이가 태어나 동거 중이란 이유만으로 존속되어야 하는 가정이라고 판단했던 부분은 너무나도 잘못된 오류였습니다. 게다가 10대 여중생이 된 피해자 A양은 법적 혼인관계도 아닌 C씨로부터 지속적인 강요를 당해 성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이자 성폭력인데, 이게 성폭력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성폭력일까요? 벽과 지붕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저지른 가정에서의 성폭력 역시 엄연한 범죄입니다. 



항상 느끼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본업에 소신과 열정을 갖고서 집요하게 임하지 않기 때문에 중대한 결정 앞에서 자꾸만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게 되는 것이며 책임만 회피하려는 것이고 그 결과 이와 같은 사건을 더욱 키워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2015년 최초 사건을 인지했을 당시 보다 철저한 조사로 C씨를 처벌했더라면 이후 2년간 A양이 C씨의 성노리개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무참히 유린되어... 현대판 민며느리 사건이라고 불리는 비극적인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