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바람에 대처하는 법, 읽어보세요

누구든 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남의 가정이 걸린 문제를 제3자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습니다. 

가정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그 책임 여부를 논하기 전에 이혼을 하게 될 경우 당사자 입장에선 얻는 것만큼이나 잃은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혼 여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당사자 본인이 직접 판단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지금 이혼까지 고려하는 당신이, 인터넷에 널린 어불성설에 휩쓸리지 말고, 주체적인 사고로 판단하고 자신의 앞날을 직접 결정하라는 취지에서 이 글을 작성합니다. 

최근 지식인 질문 글을 답변하던 중 참으로 가슴 아픈 질문 글을 읽었습니다. 질문자의 상황을 생각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답변을 적을 수 없겠더군요. 이미 많은 분들께서 답변과 댓글을 남기기도 했고요. 

그런데 참... 뭐랄까... “내가 만약 질문자 입장인 경우 과연 저런 답변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 글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나 봅니다. 

긴가민가해서 주시하고 있었는데 

몰래 본 남편의 수첩에서 

그녀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주도 여행가기 

싱가포르 어느 수영장 가보기 

커플신발 커플 티 입어보기 

서로 요리해주기 

도시락 싸들고 소풍가기 

일본 눈꽃 온천여행가기 

캠핑가기 등등 

그리고 또 거기엔... 

설렘임에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적혀있더군요. 

남편은 제게 냉정합니다. 

마치 빈껍데기와 있는 듯 

함께 하는 내내 가슴 시리게 합니다.

정말 가슴이 무너집니다. 

심장이 아파 잠이 오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가 봐요. 

고3, 중3 애들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면 어쩌죠... 

기다려야 할까요? 고3, 중3 애들이 있으니? 

이혼해야 할까요? 고3, 중3 애들이 있는데? 

고3 아이 생각해서 1년 후 이혼해줘야 할까요? 

그럼 제가 너무 짠하잖아요... 

이게... 이게... 참... 늦바람이 무섭다고... 중년의 남성이 바람을 피우는 대부분의 이유는 이러합니다. 

가족 부양이란 일념 하에 책임과 의무로 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과 사회적 지휘를 갖춘 나이가 중년입니다. 그런데 매일 쳇바퀴 돌 듯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아버지에게 버릇없이 구는 자녀들, 치열한 사내 정치와 실적 압박 때문에 숱한 야근을 반복하는데 그런 고생을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하며 전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아내, 가장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가정 내 분위기... 솔직히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데, 힘든데 힘들다고 어디 가서 마땅히 누구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게 우리네 가장들의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처럼 일정 수입과 사회적 지휘를 갖춘 중년의 남성이 배우자 및 가족 부양에 대한 권태를 느끼는 상황에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마주하게 된 젊고 생기발랄한 여성과 가까워지게 되면 십중팔구 바람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 여성은 같은 회사 내 여직원일 수도 있고, 거래처 관계자일 수도 있고,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사람일 수도 있고요. 같은 동네 살면서 매일 출퇴근 시간에 마주치는 미혼 처자일 수도 있습니다. 

위아래 사람들에게 맞춘다고 자신의 정체성과 특색은 사라진지 오래... 무미건조했던 일상에서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그 여자가 한 번씩 밝은 얼굴로 생긋 웃어주면 왠지 갈대밭이던 내 마음이 푸른 새싹과 꽃들로 가득한 동산처럼 변하는 것 같겠죠. 이런 식으로 처음엔 마음에 동요가 시작되고, 나중엔 점차 몸도 가까워지겠죠. 보통 이런 경우 상간녀들이 본처보다 더 살갑고 자상하게 챙겨주면서 화끈한 관계를 갖게 해주니까 단순히 몸만 섞는 것이 아니라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상간녀와의 화끈한 잠자리부터 생각나기 마련이고, 집에 있는 아줌마는 해주지도 못할, 상상 이상의 쾌감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니 시간이고 돈이고 마음이고 상간녀한테 뭔들 다 가져다 바치고 싶겠죠. 이게 단지 여자를 밝히는 문제로만 보이시나요? 아닙니다. 어린 남자는 보통 몸으로 관계부터 맺은 다음 마음이 더 깊이 빠져들 때가 많은데, 나이든 남자는 반대입니다. 상간녀가 남편의 상처과 고뇌에 깊숙이 다가가 어루만져주고 가슴을 울리는 순간, 남편은 자신을 둘러싼 책임과 의무들의 결계가 풀려버립니다. 그럼 끝이죠. 몇 십 년을 같이 살며 매일 한 이불 덮고 자는 집사람도 신경 안 써주는 내 시린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누군가가 새로 생겼을 땐 엄.청.나.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남성은 이성적 동물입니다. 더욱이 중년의 남성이라면 항상 나중 일을 생각해서 변수를 계산하는 사고적 습관이 있죠. 즉, 가정이 있는 남성이 다른 여성과 관계를 계속 지속하고 있다는 건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했다는 뜻입니다. 가정이 있는 남자가 한 번 외도를 시작하면, 자신의 가정보다 상간녀에게 굉장히 집착하게 되고, 파탄의 결말에 다다라도 가정이 아닌 상간녀를 선택할 정도로 굉장히 무서운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상기 질문의 경우도 외도한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애들도 다 컸겠다, 막내는 아내가 잘 챙길 게 당연하니까 여차하면 갈라서서 상간녀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고, 이혼한 전 처에겐 재산분할 좀 해주고 위자료 좀 주고 다달이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나 꼬박꼬박 보내주면 될 아주 간단한 문제로만 보일 것입니다. 

도대체 왜? 마음이 떠났으니까요. 마음이 안 떠났으면 가정이 있는 남자가 감히 외도 못합니다. 마음이 떠났으니까 상간녀와 버킷리스트도 만들고,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청춘 시절의 연애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이죠. 지금 같이 사는 내 아내, 의무적 관계인 저 아줌마랑 더 이상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싫으니까요. 

더 답답한 상황은... 남편이 상간녀와 바람을 피우는데, 점쟁이한테 가서 비싼 돈 주고 종이 부적 2장 써서 하나는 베갯잇 안에 몰래 넣고, 다른 하나는 남편 지갑에 몰래 넣어두면 바람난 남편이 갑자기 우주의 기운에 이끌려서 “어? 왜 이러지? 내가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 어서 아내에게 돌아가야겠다.” 뭐 이런 영화 같은 반전이 생길 것 같으세요? 

무당한테 가서 남편의 바람기 좀 잡아달라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주고선 시끄럽게 한바탕 굿이라도 하고나면 바람난 남편이 상간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돌아올까요? 택도 없는 소리! 절에 가서 108배를 드리고, 교회 가서 매일 새벽기도를 다녀보세요. 그런다고 바람난 남편이 돌아왔으면, 세상 어느 남자가 바람을 피우겠습니까?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 종교 그 어떤 것에 의지해봐도 바람남 남편이 상간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돌아오는 기도나 마법의 주문은 없습니다. 

그럼 뭐 어쩔까요? 시간 낭비, 돈 낭비, 기력 낭비 마시고 그냥 보내주세요. 가슴이 아프고 신세가 처량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마음 떠난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나요? 매일 비난하고, 미워하고, 울면서 살 자신 있어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말입니다. 그럴 바엔 재산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이들 교육에 더 힘쓰면서 당신의 삶을 찾으세요.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산다? 다 핑계입니다. 이혼을 받아들일 심적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이혼을 그저 불행으로 받아들이거나, 이혼 자체가 무서워 겁을 먹은 것이죠.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알 건 다 알더군요. 이런 아이들에게 부정한 짓으로 가족을 버린 부도적한 아빠의 영향을 받게 하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당연히 안 되죠.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자라나는 아이들한테는 은연중에 부정한 아빠의 모습이 물들어 버립니다. 그게 정말 무서운 거죠. 

남편 바람에 대처하는 법, 바람피우는 남편 돌아오게 하는 방법, 두 집 살림 하는 남편 바람기 잡는 법... 이딴 거 없습니다. 그냥 이혼하세요. 지나온 세월... 돈으로라도 보상 받으시고요. 아이들 잘 키우면서 동시에 앞으로 부모, 형제자매, 친구들 더 자주 만나면서 당신의 삶에 열정을 쏟고 그동안 아내라는 이유로 못해봤던 것들 다 해보면서 당신의 삶을 사세요. 

불안! 불평!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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